넷플릭스 영화부문 세계1위 케이팝 데몬헌터스!

처음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는 제목을 봤을 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일본에 뿌리를 둔 미국 법인인 Sony Pictures에서 제작한 케이팝 데몬헌터스라니 ‘이 혼종은 대체 뭐지...’ 싶었는데 내 귀에도 여러 소스를 통해 재미있다는 말들이 들려오면서 큰맘 먹고 감상해 보았다. 해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재밌게 즐기면서 감상한 작품이다.
무대 위에서 반짝이는 케이팝 아이돌들이 밤이 되면 악령들과 싸우는 이중생활을 한다는 설정 자체는 새롭지 않다. 마법소녀물의 현대판 변주쯤으로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이 흥미로운 건 그 설정을 정말 케이팝스럽게, 아니 한국 냄새 폴폴 나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그러고는 기어코 넷플릭스 영화 부문 전 세계 1위를 달성하고야 마는데 이제 오징어게임 시즌3가 릴리즈 되었으니 곧 영화와 TV쇼 두 부문 랭킹 1위를 모두 국내 작품, 혹은 한국을 소재로 한 작품이 차지하게 된다는 사실. 뭐 빌보드 1위나 넷플 1위가 전에 없던 일이 아니긴 하지만 난 이렇게 한국이 메인스트림이 되어버린 지금의 이 세계관이 가끔 현실이 맞나 싶기도 하다.

도파민 터지는 OST, 북미 감성에 K-POP을 입히다
음악은 이 작품의 핵심이다. 기존 북미 팝 구조 위에 케이팝 특유의 비트감과 사운드 믹스를 입혀, 단순한 배경음악을 넘어서 실제 케이팝 트랙처럼 완성도 높은 OST를 만들어냈다.
톤이 잘 잡힌 보컬들, 중독적인 훅, 꼭 맞는 옷처럼 딱 들어맞는 안무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만든 구석이 없다.
딱 듣는 순간 ‘어? 이건 좀 들어봐야겠다’ 싶은 곡들이 꽤 많았는데 실제 바로 내 '유튜브 뮤직' 플레이 리스트에 추가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클라이맥스에서의 주인공 루미가 노래할 때는 마치 겨울왕국의 엘사가 머리를 풀어헤치며 '렛잇고'를 부르던 때의 전율, 그 이상의 감동을 느끼게 해 줘 코끝이 찡해졌다.
생각보다 디테일한 한국적인 요소들
놀라운 건 이 작품이 한국에서 만든 게 아니라는 점이다. Sony Pictures가 만든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적인 요소들이 자연스럽고 세심하게 녹아 있다.
한글 간판, 한국 전통 의상, 한국색의 일상 대화, 떡볶이와 김밥 같은 먹거리 묘사까지… 심지어 영어 더빙판에서도 한국어가 간간히 등장하는데(가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영어등을 비롯한 외국어를 종종 섞어 쓰면서 전혀 어색함을 느끼지 않는, 딱 그런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런 연출은 단순한 ‘로컬리제이션’이 아니라, 글로벌하게 늘어나고 있는 K문화 소비자들에게도 강하게 소구 할 수 있는 포인트라서 제작사에서 타깃을 확실히 정하고 전략적으로 심어놓은 부비트랩이라고 해석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성우와 캐릭터 그리고 스토리
성우 더빙은 국가 버전에 따라 조금씩 온도차가 있다. 한국판은 주인공 3인방을 비롯해 주요 인물들의 연기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이었지만, 사자 보이즈의 성우는 그 중후한 톤이 소년미 넘치는 사자 보이즈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아 이질감이 있었다. 특히 연기와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톤이 너무 달라서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던 반면 미국판은 성우와 노래를 부른 보컬의 톤이 크게 다르지않아 밸런스가 좋게 느껴졌고 그 덕인지 몰입감이 좋았다.
일본판은 연기는 탁월했지만, 한국과 미국버전은 OST를 원빌드로 사용한 반면 일본은 자국 성우가 따로 부른 버전을 사용하였는데 때문인지 OST 한정으로 상대적으로 임팩트가 약하고 완성도가 떨어져 보였다.

캐릭터 및 스토리와 관련해서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의 케이팝 스타들의 모습을 빼다 밖은 것 같은 감각적인 디자인과 코믹한 장면 묘사, 작호도에서 튀어나온듯한 모습의 귀여운 호랑이 '더피'가 쓰러트린 화분을 반복해 세우려고 애쓰는, 사랑스러운 느낌의 고양잇과 동물 캐릭터의 행동 묘사, 세눈박이 까치의 시크하고 신비로운 모습, 또 매우 현란하면서도 완성도 높게 연출된 액션씬이 더해져 자칫 밋밋할뻔했던 권선징악적 스토리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아쉽다면 애정하게 된 호랑이와 까치의 분량이 적었다는 것 정도. (소니 픽쳐스는 어서 굿즈를 뿌려라!)
결론: 메이드 인 코리아가 아니라서 더 좋은
재미있다. 아니 정말 보는 내내 심장이 두근거릴 만큼 신나고 즐거웠다. 최근 들어 보았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중에 가장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지루한 부분 없이 압축적이고 빠른 전개가 무엇보다 맘에 들었는데 그 빠른 템포 때문에 놓친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서 시간이 이 흐른 뒤 각국의의 더빙판으로 다회차 감상을 할 용의가 샘솟을 만큼 재밌었다. (이번 1회 차 감상을 여러 더빙판으로 변경해 가며 비교해 보느라 놓친 부분이 더 많았던 것도 사실이라) 어린이부터 노년층에게 까지 부담 없이 추천할 수 있는 최근 나온 몇 안 되는 웰메이드 영화.
그런데 영화 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케이팝을 비롯한 한국문화로 점철된 이 케이팝 데몬헌터스가 우리나라 작품이 아니라는 것. 하지만 과거 비의 레이니즘을 시작으로 신화 민우의 M.스타일, 블랙핑크 제니의 like JENNIE와도 같은 나르시시즘에 모든 것을 내맡긴 듯한 에고 호소 곡들에 대해 개인적으로 거부감을 가졌던 것처럼 이 작품이 국내 회사의 오리지널이었다면 그건 그것대로 너무 국뽕요소에 매몰된 작품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해외에서 먼저 이런 작품을 내놓았으니 이후에 비슷한 맥락의 작품을 국내 회사에서 선보인다면 국제무대에서 반감을 갖는 사람은 어느 정도 줄어들지도 모르겠다는 희망 섞인 미래를 그려본다.
그나저나 김구 선생님.. 보고 계십니까? 아니 글쎄 얼마 전엔 일본이 수탈이 아니라 우리 쌀을 제값 주고 사가더니 이젠 소니에서 우리문화 물고 빠는 이런 영화까지 만들었어요! 진짜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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